지상의 양식

파리5구의 여인_파벨 파블리코브스키, 안나 카레니나_조 라이트

Jenica 2012. 12. 6. 22:28

'2012 씨네큐브 예술영화 프리미어 페스티벌'을 한다는 소식에 홈페이지에 들어가 영화 목록을 살폈다.

그 중 눈에 띄고 시간이 맞는 영화 두 편을 봤다.




먼저 파리5구의 여인.







파리 5구의 여인 The Woman in the Fifth

프랑스, 영국 외 | 85분 | 청소년 관람불가

감독 파벨 파블리코브스키 | 출연 에단 호크,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

2011 토론토영화제, 시카고영화제 초청

소설가 톰은 별거 중인 아내와 딸을 만나기 위해 파리를 찾는다. 
가방과 지갑을 잃어버린 뒤 체류비를 벌기 위해 야간 경비 일을 시작한 그는 
어느 날 신비스러운 매력의 여인 마르기트를 만나게 된다. 
<빅 픽처>로 잘 알려진 베스트셀러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원작을 영화화했다. 
전작들로 테살로니키영화제 작품상, 에딘버러영화제 최우수영국영화상, 영국아카데미상 최우수영국영화상 등을 수상하며 
주목받은 감독 파벨 파블리코브스키의 신작.





'빅 픽처'가 한 때 엄청 유명했지만,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있던 나에게 이 영화는 좀 멘붕 ㅎㅎㅎ

보러간다고 했더니, 친구가 스릴러냐고 물었을 때만해도, 아닐껄? 이라고 답했는데 ㅋㅋㅋ


1995년에 "Un billet, s'il vous plaît" 라는 말을 하지 못하고 얼어 붙었던 에단 호크가

자연스럽게 생활 불어를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내가 다 뿌듯한 ㅎㅎㅎㅎ

세월이 많이 흘러 나이가 꽤 들었지만, 그는 미중년이었다 :D


파리를 배경으로 한 영화인데, 파리 덕후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나에겐 좀 지루하기도 했지만,

여행만으로는 알 수 없는 파리의 어두운 부분을 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했다.









안나 카레니나!





마음에 들지 않던 촌스러운 포스터...





안나 카레니나 Anna Karenina

영국 | 130분 | 15세 이상 관람가

감독 조 라이트 | 출연 키이라 나이틀리, 주드 로, 애런 존슨

2012 토론토영화제 초청

18세기 러시아, 고관 카레닌의 정숙한 아내 안나는 관료적이고 이성적인 남편에게 염증을 느낀다. 
결국 그녀는 매력적인 청년장교 브론스키 백작과 불륜에 빠지지만, 
그의 애정이 식어가는 것을 느끼고 질투와 광기에 사로잡힌다. 
<오만과 편견><어톤먼트>의 조 라이트 감독이 연출을 맡아 키이라 나이틀리, 주드 로 등 젊고 매력적인 배우들과 함께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고전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했다.






이 영화 완전 내 스타일!!!!

책을 읽지 않은데다가, 13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라 지루하면 어쩌지..라는 걱정을 하고서 갔는데,

정말정말정말 재미있게 보고 왔다.


일단 초반에 특히 강조되었던 뮤지컬 같은 화면 전환 기법이 새로웠다. (뮤지컬처럼 노래는 하는 건 아님)

그래서 처음부터 엄청난 몰입이 되면서 신이 났던 ㅎㅎ

하지만 같이 봤던 친구는 오히려 그런 효과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더라고 했다. 


이런 기법을 보면서, 내용 자체는 뻔한 사랑 이야기인데 이렇게 만들 수도 있구나, 

사람마다 표현하는 방법이 참으로 다르다는 점에서 역시 삶은 재미있다는 생각이 ㅎㅎ




키이라 나이틀리나 주드 로를 기대하고 갔는데, 

나의 눈을 사로잡던 배우가 있었으니!






바로 브론스키 역의 애런 존슨.

뭔가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어쨌든 내 취향이네.. 하면서 봤는데

나중에 검색해보니 '조지아의 미친 고양이'에서 훈남으로 나왔던 배우였다.

좀 더 알아보니 무려 23살 연상의 부인을 둔 90년생이라고 ^^

싱글이라 한들 어찌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왜 훈남은 다 짝이 있는 걸까요.... 또르르...








화려한 의상 덕분에 더 재미있게 봤다.





책을 읽지 않았기에 톨스토이가 말하고자 하는 모든 걸 이해한 건 아니겠지만, 영화를 통해 느낀점들에 대해 말해보면,



18살에 결혼을 하던 시절이었는데, 그 시절의 결혼이란 건 참으로 많은 희생과 인내를 필요로 했을 것이다.

그렇게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고서, 나중에야 운명의 상대를 만나게 된 안나.

종교적인 신념인가, 마음의 소리를 들을 것인가.


사랑을 택하고서 행복을 느끼면서도 상류층 사교계의 삶을 포기하지 못하는 안나.

자신이 사랑만으로 살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진작에 알았다면, 그녀는 사랑을 택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부메랑은 존재한다는 것.

자신이 결혼을 한 상태에서 다른 사랑을 만난 것이기에,

브론스키에 대해서도 끊임는 불안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위대한 개츠비에서도 그런 장면이 나오는데,

(예전에 알았던 몰랐던) 새롭게 시작된 사랑이 있다고 해서, 예전 사람과의 좋았던 추억이나 그 사람을 사랑했던 마음이 없어지는 것은 아닌데,

예전 사람과의 진행 중인 관계를 저버리는 것을 보면 사랑이란 참 덧없다 싶기도 하고 ㅎㅎ




안나 얘기와는 달리, 타의에 의한 것이긴 하지만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찾은 키티를 보면서는

어떤 사람과 사랑하느냐에 따라 내가 어떤 사람이냐가 정의될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레빈을 만나기 전까지는 흔히 말하는 부잣집 딸의 느낌이 강했지만, 

나중에 근교의 레빈 집으로 간 후에는 그 전의 모습과는 달라진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도 하고, 충만해진 느낌이랄까.

이 커플은 사랑의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ㅎㅎ




아무튼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평생 '안나 카레니나'를 읽을 일이 없었을 것도 같은데,

조만간 책을 읽기로 결심! 

그리고 내년쯤 영화가 정식 개봉하면 또 보러가야지.


올해가 끝나기 전에 어둡지 않은 올해의 영화를 찾아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