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양식

Into the Wild, 2007_숀 펜 + 김경주 시인과의 씨네토크

Jenica 2013. 2. 16. 22:56








늘 그렇지만, 영화에 대한 얕은 정보만으로 영화를 고르는데, 

이번에 본 영화도 생각하던 것과는 다른-좋은 의미로 ㅎㅎ- 영화였다.


단순히 여행-그 중에서도 야생에서 살아가는 삶에 대한 영화인줄 알았는데,

삶과 사랑과 자유와 인생의 진리와.. 그런 많은 것들이 담긴 영화였다.

이 것도 올해의 영화!



스포 잔뜩!






나는 사람을 덜 사랑하기 보단 자연을 더 사랑한다. 

- 로드 바이런


(영화 시작부분에 나오는 시 구절.)




어렸을 때부터 이어진 부모의 불화와 비화의 영향으로 사랑에 대해, 사회에 대해 기본적으로 불신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 크리스토퍼.

대학졸업 후 가족에게 연락을 끊은 채 2년 간 미국 곳곳을 떠돌아 다닌다.

신분증을 잘라버리고 돈을 불태우고, 이름조차 '알렉산더 슈퍼트램프'로 바꾸고서.

그의 목적은 단 하나, 북쪽-알래스카로 가는 것.




걷고, 히치하이킹을 하고, 카약을 타며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나고, 가끔 돈을 벌기도 하며 그렇게 야생 생활을 이어간다.





여행을 하는 동안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데,

퇴역 군인으로 교통사고로 부인과 아들을 잃은 한 할아버지의 말.


"When you forgive, you love. And when you love, God’s light shines upon you."



그리고 사람들과 동떨어져 가죽을 만드는 일에 집중하느라 여행도 떠나지 못하고 있는 그에게 주인공이 하는 말.


“The core of mans' spirit comes from new experiences.” 








그러다 도착한 알래스카. (네이버 영화정보에는 알래스카까지는 못갔다고 되어있던데..)

차가 들어갈 수 있는 곳까지 차를 얻어타고 정말 혼자서 눈 속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발견한 버려진 버스.

이 곳에서 본격적으로 사회와 단절된 야생의 생활을 시작한다.





I now walk into the wild.




그가 영향을 크게 받은 책 중 하나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자신에게 물질적인 충족만을 주는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더욱 이런 쪽에 빠지게 된 주인공.)

이 책과 몇몇 책을 읽어가며 자신만의 방법을 개발해가며 일기를 쓰고 생활을 이어간다.

그러다 어느 순간, 떠나는 이유가 있다면 돌아가는 이유가 있다,라는 걸 깨닫고 다시 문명으로 돌아가려 하지만,

겨울에 건너왔던 강물은 어느새 엄청 불어나 있어서 건널 수가 없었다.


하지만 더는 먹을 것이 없고, 사냥할 동물도 없다.

그렇게 힘겹게 하루하루를 보내다 책에서 한 구절을 읽는다.

모든 것에는 본래의 이름이 있다.. 뭐 그런 내용인데 그걸 보며 야생초를 떠올리고,

미리 사온 식물도감을 보며 먹을 수 있는 식물을 캐서 먹는다.


하지만 그것은 식용식물과 비슷한 독성을 가진 식물.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면 죽음에 이른다'라는 구절을 읽으며 삶의 희망을 잃는 주인공.

그렇게 기력이 다한 상태로 살다 버스 안에서 죽음을 맞는다.


죽기 전, 책 행간에 써 놓은 한 글귀.


HAPPINESS ONLY REAL WHEN SHARED


 


 

죽음을 맞이하며 주인공은 버스에 누워 창 밖으로 하늘을 바라 본다.

그 하늘을 넘어 야생 생활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 부모님과 재회하는 장면을 생각해본다.

그리고 다시 하늘.

그 하늘에서는 빛이 내려온.

 

 

 

 





놀라운 것은 이것이 실제 일어난 일이라는 것.

주인공인 죽고 2주 후 사냥꾼들에게 시신이 발견되었는데, 카메라에 들었던 필름을 현상해서 발견한 실제 주인공의 사진이라고 한다.


버스에서 생활을 하는 동안 나무판에 글을 쓰는데, 그 마지막에 알렉산더 슈퍼트램프라는 이름을 써놓지만,

죽기 전에 그 밑에 본명을 남긴다. 이것 또한 위에서 말한 책에서 나온 구절의 영향이겠지.



영화를 보는 동안 배경음악이 아주 적절하게 나오는데,

가사도 자막으로 처리되어 있어서 참 좋다,고 생각했는데

감독이 특별히 Eddie Vedder에게 요청하여 만든 곡들이라고 한다.


좋은 구절 찾다보니, 책을 읽어야만 할 것 같은 느낌!

기억하고픈 구절이 깨알같이 많았다. 대사도 그렇고, 노래 가사도 그렇고.



“Its not always necessary to be strong, but to feel strong.” 



“I'm going to paraphrase Thoreau here... 

rather than love, than money, than faith, than fame, than fairness... give me truth. ” 



“You are wrong if you think Joy emanates only...from human relationships. 

God has placed it all around us...and all you have to do is reach for it.” 







2시간 정도의 긴 영화가 끝나고 시작된 씨네토크.






김경주 시인을 보고 깜짝 놀랐다.

왜 잘생기기까지 한 거지? ㅋㅋㅋㅋㅋ

게다가 어그를 신고서 등장!





그렇게 충격을 받고 시작된 대화 ㅎㅎ


평소에도 이 영화를 좋아해서 자주 본다고 했다.

이 영화를 보게 된 계기는, 홍대 레코드 포럼을 지나는데 이 영화의 OST가 나오고 있었다고 한다.

들어가서 Eddie Vedder의 새 음반이냐고 물었더니,

Eddie Vedder는 더이상 새 음반을 내지 않는다고 주인아저씨가 쿨하게 대답하셨다고 ㅎㅎ

그렇게 노래가 좋아 듣기 시작했고, 영화가 궁금해져서 보게되었다고 했다.

주변에도 많이 추천을 해주는데, 대부분 남자들은 반응이 좋은데, 여자들은 그냥 그렇다고 ㅋㅋ

난 좋았는데 ㅋㅋㅋㅋㅋ


예전에 실연 후 홀로 여행을 떠났던 얘기를 하며 외로움을 즐길 수 있을 때까지가 여행의 묘미인 것 같다고,

진리를 찾기 위해 무조건 남쪽으로 여행을 떠났지만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한 관객의 말에 

북으로 갔으면 굉장한 경험을 했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ㅋㅋ


시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시차라는 건 물리적인 시차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감정적인 것이다. 그리움과 같은 것.

예전의 어느 시점을 회상할 때, 그 예전과 지금에 발생하는 시차에서 느껴지는 감정. 


침묵이 많은 영화를 좋아하고, 영화 도입부 5~10분을 보고 뒷 이야기를 상상하며 영화를 고르는 편이라고.

만약 영화 작업을 한다면 도입부는 정말 잘 만들 자신이 있다고 하셨다 ㅎㅎ


이 영화의 원작은 다큐멘터리 북인데, 번역을 하고 싶어서 오랫동안 알아봤는데,

이미 어느 출판사가 판권을 가지고 있었고, 번역된 책이 나와있다고 했다.

하지만 너무 동화같이 번역을 했더라며..

판권이 끝나기까지 2년 정도가 남았는데, 꼭 번역을 하고 싶다고 ㅎㅎ

번역본이 새로 나오면 꼭 읽어야지!


영화에서는 주인공은 자신이 부모님들의 영향으로 사랑에 대해 부정을 하고 부모님에게 까칠한 반면,

여행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친절하기도 하고 그들의 사랑을 이뤄주기도 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책에 보면 실제로 훨씬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싸우고 맞고 까칠한 면이 많이 부각된다고 한다 ㅎㅎ


실제 이야기이기에 관련 자료를 많이 찾아보았는데,

주인공이 '야생에 갖히'게 되어 희망을 잃는데, 실제로 멀지 않은 곳에 사냥꾼들이 있었다고 한다.

정말 살겠다는 의지로 움직였다면 그 사람들을 만나 살아남았을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

그곳에 버려진 버스가 있었던만큼, 생각과 같이 완전한 야생은 아니었다고..


주인공이 68세대로, 90~92년에 여행을 했는데, 이 시기의 미국의 상황을 생각한다면 주인공의 행동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이 사건이 알려지고난 뒤, 대학졸업 후 실제 저 버스가 있는 장소로 떠나가는 것이 유행이 되었다고 한다.



'68세대' 란 68년 5월 프랑스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대학생들과 이에 동조해 시위와 청년문화를 이끌어갔던 당시 유럽과 미국 등의 젊은 세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해 3월 파리 근교 낭테르대 운동권 학생이 당시 미국계 은행 폭파사건 용의자로 지목돼 체포된 데 대한 항의투쟁으로 시작된 이 운동은 5월 들어 파리 소르본대 점거농성과 경찰 개입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 운동에는 학생뿐 아니라 노동자.공무원.지식인.예술가 등이 총망라됐으며 사상적 주류를 이뤘던 사회주의자들과 마르크스주의자, 마오쩌둥 (毛澤東) 주의자, 무정부주의자들까지 가담, 사회문화혁명으로 발전했다.
이 '혁명' 은 서유럽을 거쳐 미국으로 건너가 반전 (反戰) 운동으로 번졌고 멕시코와 당시 공산권 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유고슬라비아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68세대는 전후 경제적 풍요 속에서 기성세대의 가치관과 권위주의를 거부하며 체제에 도전, 60년대말부터 70년대초의 청년운동을 주도했다. 68세대는 또 산업사회의 인간 소외와 자본주의의 문화행태를 비판한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이론을 토대로 자본주의 체제 극복을 주장하며 정치적 색깔을 띠기 시작했다.
80년대 들어 이들은 전통적 사회주의자들과 연대해 자연과의 새로운 관계를 추구하는 생태주의, 여성의 권리와 남녀간의 새로운 관계정립을 모색하는 페미니즘, 제3세계의 빈곤.저개발의 원인을 선진국과의 관계에서 찾는 제3세계주의 운동 등으로 분화하면서 정치세력화하기 시작했다.

- 네이버 지식백과 중





그렇게 한 시간에 걸친 씨네토크.

김경주 시인의 얘기도 많이 듣고, 관객들도 느낀점을 많이 이야기를 해서 영화에 대한 더 많은 이해를 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나도 한 때 가볍게 사는법,에 대한 책을 몇 권 읽으며 실천을 하려 했는데,

어느새 또 다시 물질문명에 푸욱 빠져 지내고 있구나.



언젠가 주인공처럼 완전 야생은 아니더라도 긴긴 여행을 떠나고 싶은 나에게, 

혼자 여행하기 좋아하고, 어울리기도 좋아하지만 혼자 노는 것도 좋아하는 나에게 이 영화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처음에 그가 가졌던 생각과 마지막에 그가 하는 생각에는 많은 차이가 있으니까.

실제로 책에서는 '행복은 나눌 때 존재한다'는 구절이 나올 때 헨리 데이빗 소로에게 왜 이 내용을 써놓지 않았냐고 말하는 장면도 있다고 한다.


살아가면서 취향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어 간다.

절대적인 진리는 있는 것일까?

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것이 인생이겠지.

다양한 경험을 하며 나만의 진리를 찾아야지.


그래서 이번 휴가는 어디로 가야하는 걸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