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양식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2011_구파도, 용의자X, 2012_방은진

Jenica 2013. 2. 22. 23:41

전혀 관련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두 영화를 연달아 보고 나서, 

같은 배경을 가진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어 한 포스팅으로 정리해본다.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진심으로 좋아할 때, 어떤 행동까지 할 수 있을까?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쉽게 비교할 수 있는 영화가 '건축학개론'인 것 같다.

나는 건축학개론을 더 먼저 봤는데, 이걸 먼저 봤다면 꽤 많이 비슷하다고 느꼈을 듯 ㅎㅎ


기본 줄거리는 모두가 좋아하는 똑똑한 여학생과 문제아 남학생의 이야기, 라는 다소 만화와도 같은 설정.

이 여주인공처럼 만인에게 인기가 있는 사람은 아니었더라도 두 남녀 주인공의 관계만을 보았을 때, 

누구나 학창시절에 한 번쯤은 있을 법한 이야기, 라는 점에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매력남 커징턴. 공부 잘하는 션자이는 잘 가르치면 될 남자를 알아보는 눈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ㅎㅎ





두 주인공 외에도 주변 친구들 캐릭터가 다양해서 시끌벅적한 청춘 느낌 물씬!





스포를 하고 싶진 않다만, 공감가는 대사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얘기하게 되네;



무엇보다 영화가 좋았던 점은, 참으로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학창시절을 함께 보내며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지만, 각각 다른 대학에 진학하여 예전과 같이 자주 볼 수 없게된 두 사람.

하지만 전화를 하며 미묘한 관계를 유지해 나간다.

뭐 남주인공은 꾸준히 좋아한다고 말을 한다만, 여주인공이 마음을 내줄 듯 말 듯 밀당을 하는 건가 ㅎㅎ


여주인공도 자신이 마음을 표현하려고 "대답해줄까?" 했을 때 남주인공의 마음. 



두려웠다. 지금까지 자신감 하나는 최고인 나였는데 그 순간 깨달았다. 좋아하는 그녀 앞에서 난 겁쟁이였다.




하지만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는 법.

그리고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것.

그 법칙이 이들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소한 오해로 타툼을 하게 되고, 그 후 사이가 멀어지게 된다.



성장하는 동안 가장 잔인한 건 여학생은 남학생보다 성숙하며 그 성숙함을 견뎌낼 남학생은 없다는 것이다.




그 틈을 타 다른 친구가 접근을 하여 잠깐 만나기도 하고.

그렇게 연락이 끊긴 채 2년여의 시간이 지난다.



어느 날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고, 여주인공이 걱정이된 남주인공은 열심히 통화가 가능한 곳으로 찾아가 전화를 건다.

그 순간에 여주인공 옆에는 다른 남자가 ^^ 이런 점에서 정말 현실적이어서 더 공감이 ㅋㅋ



몇 년을 좋아한 여자였는데, 네가 사라진다면 누구랑 우리 추억을 나누냐?



너만큼 나 좋아하는 애는 만나기 힘들겠어.



사랑은 알듯 말듯한 순간이 가장 아름답다고.



평행 세계에 대해 믿어?

그 평행 시계에선 우리 아마 함께 하겠지.

정말 그들이 부러워.



"좋아해줘서 고마워."

"나도 그때 널 좋아했던 내가 좋아."





가장 가까웠던 한 사람이, 두번 다시 보지 않을 사람이 된다는 것.

그것이 지난 사랑의 결말이다.

그렇기에 이들처럼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이 때로는 더 아름답게 기억되기도 한다.





넌 몰라. 정말 한 여자를 좋아한다면 다른 남자와 영원히 행복하길 빌어주는 거 절대 불가능 하거든!





그리고 결말.

내가 원하던 결말은 아니었지만, 이런 결말이었기에 이 영화가 더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우리는 현실에서 살고 있으니까.

이곳이 아닌 평행 세계 어딘가에선 우리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겠지.




아니다. 정말 정말 좋아하는 여자라면 누군가 그녀를 아끼고 사랑해주면 그녀가 영원히 행복하길 진심으로 빌어주게 된다.




건축학개론도 그렇듯 다소 남자의 시점에서 만들어진 영화이긴 하지만,

그 시절의 추억에 잠겨 잠깐 평행 세계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만들어 주는 영화.










용의자X




류승범의 다른 연기를 볼 수 있다는 얘기에 보게 된 영화.

일본 소설이 배경이며, 일본 영화도 있다는 얘기와, 사랑하는 여자를 구해내기 위해 노력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 그리고 추리! 정도로 알고 봤는데,

생각보다 훨씬 로맨스에 초점을 둔 영화였다.

근데, 류승범 캐릭터와 이요원 캐릭터 모두 이해가 되지 않아 공감이 안된다는 게 문제 ㅎㅎ

형사 캐릭터가 제일 공감 갔고 ㅋㅋㅋㅋ

중반까지 좀 헐..이러면서 봤는데,

마지막 부분에 몰아부치면서 어느 정도 예상된 결말이면서도 더 많은 것이 숨어 있는 내용이라 후반부는 또 괜찮았다.

한편으로는 마지막을 너무 신파로 만든 것 같기도 하고 ㅎㅎ





찌질한 캐릭터도 어쩜 이리 잘 어울리지 ㅎㅎ




반전있는 내용이라 다 말하면 너무 스포일 것 같기에 적지 않겠다만,

평생 공부만 하며 혼자 살아온 그 남자. 그 남자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런 그이기에 가능한, 그만의 방법으로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고자 한다.

이요원을 좋아하는 사장으로 나오는 남자가 형사들에게 대답할 때 하는 말을 보면, 

주인공이 얼마나 그녀에게 진심이었는지를 알 수 있지.



그리고 또 하나.

일본 소설이 원작 답게 소외된 개인에 관한 주제가 같이 들어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이 영화가 어느 정도 인기가 있었던 것이, 우리나라도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심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한다.

수학 말고는 아무 것도 관심이 없고 혼자서 외로이 지내오던 주인공의 인생에, 다른 사람이 들어오고

그로 인해 삶의 의미를 찾게 된다. 극단적인 결말이긴 하지만, 이렇게 작은 관심이 누군가에게는 큰 의미일 수도 있다는 것.

알고 지내는 사람이건, 그저 스쳐지나가는 사람이건, 그런 사람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 그것의 소중함.


나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사람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