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당신은 성에서 온 사람이 아니에요. 이 마을 사람도 아니지요. 당신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어떤 인물이기는 하지요. 바로 이방인 말입니다.
- 프란츠 카프카 <성> 중
여행을 떠나기 보름쯤 전엔가 이 글귀를 보았을 때,
나는 이방인이 되는 것이 참으로 좋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중고서점에서 발견했을 때, 내용은 전혀 알지 못했지만 그저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물론 김연수 작가의 책은 단편밖에 읽어보지 못했기에 장편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렇게 초반부 조금을 읽고선 다른 일에 밀려 다시 펼쳐보지 못했다.
그러다 여행을 갈 때 가져갈 두 권의 책을 고르는데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여행을 떠나 아무도 나를 알지 못하는 곳에서 이방인이 되어
너무 가볍지도 않게, 그렇다고 너무 무겁지도 않게 그 장소에 스며드는 느낌을 좋아한다.
그리고 혼자 떠나는 여행.
이런 상황에 딱 어울리는 제목이 아닌가.
내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하지만, 여행을 갈 때 가지고 가는 책이 그 여행의 성격을 결정짓는다면 이 책을 가지고 갔을까?
그 여느 여행보다도 나 자신을 잃었으며, 그 어느 때보다도 외로움이 느껴졌던 시간.
그 후로 여행을 다니며 다양한 빛에 노출되고 있지만, 그 빛들은 늘 새로운 이유로 다가온다.
여행의 모든 순간이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나 또한 이미 빛에 노출되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기에,
한 마디로 대답할 수 없는 그 빛을 향한 나의 여행은 계속되고 있다.
잠깐의 호치민에 이어진 터키-카파도키아와 이스탄불- 그리고 잠깐의 방콕까지.
4코스 요리같았던 이번 여행.
각각의 색으로 반짝였던 10일간의 기억을 되새기며.
PS. 아마도 정말로 '일기'가 될 것 같아요. 정보성은 없는 감상 위주의 후기 ^^ 정보는 2013 터키 항목으로 따로 올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