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양식

2013년 6월의 영화 -1

Jenica 2013. 6. 6. 22:38

오랜만에 영화 포스팅.

영화를 안본 건 아닌데, 길게 포스팅하기에는 또 좀 그래서 한동안 안쓰거나 비공개로 조금 썼는데,

어찌됐든 봤을 때의 감상을 간단하게라도 남기는 게 좋은 것 같아 몇 편씩 모아서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






사랑은 타이핑 중, 레지 루앙사르, 2012





씨네프랑스에서 할 때 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안맞아 못봐서 아쉬웠던 영화였는데,

금새 개봉을 해서 여행 갔다 오자마자 보고 왔다.


시골에 사는 주인공은 그곳에서 그냥 평범한 누군가의 아내로 살아가는 것을 원치 않았고,

유일한 특기인 타이핑 실력을 가지고 그 당시 신여성의 직업이라 불리던 비서로 일하게 된다.

그 타이핑 실력을 눈여겨 보던 남자주인공의 제안으로 타이핑 대회에 나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완전 상큼. 이 사진 보니 이름이 생각났다. 로즈!









혼한 로맨틱 코메디이지만 타자기라는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소재와 시대 설정이라 보는 재미가 쏠쏠.

현실에 순응하지 않고 스스로의 삶을, 사랑을 개척해나가는 주인공이라 그 점도 마음에 들고 ㅎㅎ


최근에 본 프랑스 최신 영화 중 '쉐프'와 비교했을 때, 난 쉐프가 더 재밌더라.

프랑스와 코메디의 조합은 프랑스어와 힙합랩만큼이나 안어울릴 것 같은데, 그 편견을 깨게 만든 영화 ㅎㅎ


사랑은 타이핑 중도 그렇고 쉐프도 그렇고 최근에 본 프랑스 영화는 오프닝 화면이 예뻐서 시작부터 기분을 좋게 만든다 ^^






위대한 개츠비, 바즈 루어만, 2013





난 조던 베이커 역의 이 배우가 제일 마음에 들더라 ㅋㅋㅋㅋ

그런데 다음 영화에서 검색되는 정보에는 이 영화 출연 말고는 아무 것도 없네;;


영화를 찍는다는 소식을 듣고는 책도 읽고 기대를 가졌는데,

막상 촬영 종료 후 완성도가 너무 떨어져서 개봉을 늦췄다는 얘기도 들리고 해서 기대를 크게 안했는데,

역시 그냥 그랬다.

음.. 일단 소설 자체가 나에겐 크게 와닿지 않아서-아메리칸 드림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 더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소설 속에서 묘사되던 장면을 화면으로 아주 잘 옮긴 것 같아서 그 점은 좋더라. 위 사진 같은 장면들.







화려하기는 한데, 그 이상의 감동이나 그런 건 못느꼈는데..

다른 이들의 후기를 보니 아주 공감한 사람도 많은 걸 보니, 그저 원작 자체가 내 취향은 아니어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캐리 멀리건에 대해서 엄청 싫어하는 반응이던데 ㅎㅎ 

셰임으로 먼저 봐서 그런지 거슬리지는 않았고 ㅎㅎ


그냥 디지털로 봤는데, 차라리 3D로 봤으면 더 화려해서 더 재밌었을지도?라는 생각도 든다.






비포 미드나잇, 리차드 링클레이터, 2013





'비포 시리즈'를 영화관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봐야하는 영화!


시리즈 중 제일 현실적이어서, 보는 내내 기빨리기는 했는데 ㅎㅎ

영화를 보고 나서 종종 생각이 날 때는 그 현실적이라는 점 때문에 더 좋은 영화인 것 같다.

여느 편보다도 대사가 많았던 것 같아 그거 따라가는 것도 힘든데 싸우기까지 하니까

보면서 아.. 저 나이가 되어서도 저런 문제로 싸워야 하나.. 싶었는데,

저렇게 이야기하면서 풀어나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둘은 참 잘 만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 자연스럽게 셀린과 제시가 된 두 배우.

엔딩크레딧을 보니 대본 작업에 두 배우가 함께한 것 같던데 그래서 더욱 더 현실적이게 느껴진 것 같다.


셀린의 대사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여자들도 많던데, 나는 아주 공감이 가서 ㅋㅋㅋㅋ

보는 내내 제시가 많이 밉더라. 셀린이 예민한 것도 맞지만.


특히 이렇게 짜증을 내는 시간의 몇 분의 일만이라도 스스로를 위해 쓰라고, 그렇게 자신의 시간을 만들라고 하는 부분에서는 같이 화내고 싶었다 ㅋㅋㅋ

못만드는 거지, 안 만드는 게 아닌데.

그리고 정말 아이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도 여자에게는 정말 크다는 걸 다시금 깨닫고.

프랑스에서조차 워킹맘의 현실이 저렇다는 사실에 또 한 번 절망하고.


호텔로 향하는 길에 이렇게 둘이서 얘기를 하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는 대사에서는 참 슬펐다.

그렇게 대화가 잘 맞는 운명의 상대를 만나 함께하게 됐는데, 어느새 대화를 할 여유조차 없어졌다는 사실이.


그런데 아이가 없으면 결혼생활이 잘 유지되는 게 쉽지가 않다고들 하는데,

오로지 아이 때문에 유지되는 관계라면, 그 유지가 좋기만 한 것은 아닌 것 같은데 말이지.


비포 미드나잇을 한 번 본 상황에서는 이 시리즈 중 제일 좋았던 편은 아닌데, 몇 번 보다보면 더 좋아질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스프링 브레이커스, 하모니 코린, 2013 + 2013 Film Live 개막식





상상마당에서 하는 음악영화제의 개막작 스프링 브레이커스.

별 정보 없이-유명한 젊은 여배우들이 많이 나온다 정도- 보러 갔는데,

한 마디로 얘기하자면, 아직 우리 정서가 아니다, 라는 느낌 ㅋㅋㅋㅋ


몸매 좋은 배우들이 나오는 내내 비키니 차림이기에 눈요기하기는 좋다만 ㅋㅋㅋㅋ

수위가 꽤 쎈 느낌?

어찌 보면 그렇게 쎈 게 아닌 것 같기도 한데 뭔가 시각적으로 피곤해진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미쿡에선 정말 봄방학을 이용해서 대학생들이 이렇게나 신나게 노는 건가?라는 의문을 가지고 나왔다 ㅎㅎ

성적으로 문란하게 말고, 방학 땐, 그리고 젊을 때 이렇게 신나게 놀아봐야 늦바람이 안드는데,

우리는 너무 빡센 삶을 사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좀 들었다 ㅋㅋ

그 날씨 좋다는 캘리포니아에서 보내는 봄 방학. 생각만 해도 기분이 업되는 풍경.


얼핏 봤던 줄거리를 보고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내용이 흘러가서 생각과는 다른 결말이 나더라.

역시 일탈은 돌아갈 곳이 있을 때 가장 재미있는 법.

앞서 말한 것처럼 너무 빡빡하게 삶을 살기보다 적당히 노는 것도 해보고 해야 본래의 생활에 더 충실할 수 있는 것 같다.


휴가를 이미 갔다 왔는데, 다시 휴가를 가야만 할 것 같은 느낌과 몸매 관리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덤으로 얻은 ㅎㅎ





이 영화를 개막식+영화+개막파티로 구성된 표로 봤다.

크고 작은 영화제를 다니면서 개막식을 본 적이 없고 마침 휴일이라 이 날짜로 정해서 봤는데,

결제하고 나서야 개막파티도 포함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이상하게 검색을 해봐도 이전 연도의 개막파티가 어땠다,라는 후기가 없길래

개막파티 분위기가 가늠이 안되서 그냥 다른 날짜 표로 바꿀지 고민을 하다

그냥 영화 보고 파티 가서 조용히 맥주나 한 잔 하고 와야지,라는 생각으로 오늘 보기로 했다.





이렇게 공연장처럼 손목에 두르는 띠를 준다.





좌석도 자유석이라 입장 후 적당한 자리에 앉아 시작시간을 기다렸다.


앞 두 줄은 초대손님을 위한 자리이고, 그 두 줄 외에도 관계자와 아는 배우나 감독이나 등등 사람들이 참으로 많이 들어오길래,

뭔가 나만 내 돈 내고 영화보러 온 건가라는 생각을 ㅋㅋㅋ

그렇게 예정된 시간보다 조금 늦게 개막식을 시작했고, 이전 연도의 홍보대사와 포스터 등도 보여주고,

올해 작품 설명도 하고, 올해 홍보대사 인사도 하고 뭐 그렇게 개막식이 진행됐다.

그러고 영화 상영이 이어지는데, 앞 두 줄의 절반 정도가 그냥 나가더라고..

그렇게 나갈 거였으면 별도로 임시 의자? 같은 걸로 대체하고 일반 관람객을 더 받는 게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잠시 하고.


영화 상영이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그 앞 두 줄에서 자리를 지킨 사람은 단 한 명이라는 사실에 좀 충격.

모두가 영화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았고, 나름의 다른 일정이 있었겠지만 

뭐랄까, 영화제에 초대를 받아서 오는 거라면 그 정도의 시간 투자와 매너를 지킬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 개막파티에 일반 관람객들'도' 참석해달라고 얘기를 하던데,

뭔가 기분이 묘해서 그냥 집으로 왔다.

영화보는 내내 죠스 떡볶이가 생각나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ㅋㅋ

실제로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은 아주 재미있게 놀고 있을지도 모르기에 단정지을 순 없지만,

개막식부터 앉아 있으면서 받은 느낌은 그들만의 행사에 내가 살짝 끼어 구경하는 느낌?

나는 그냥 일반인이지만 ㅋㅋ 어쨌든 나도 돈을 내고 표를 구입한 사람인데,

우리끼리 하는 행사지만, 와서 맥주 한 잔 하고 가세요~라는 느낌이라.

영화제라는 게 만드는 사람과 출연하는 사람이 주가 될 수는 있지만 결국 그 영화를 소비하는 건 관객인데.

개막식장 규모가 작아서 더 그렇게 느낀 거려나?

원래 모든 개막식이 이런 것일 수도 있으나, 아무튼 내가 생각했던 개막식과 파티의 느낌은 아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