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살의 신_로만 폴란스키 @필름포럼
여름과 가을사이.
이때가 가장 문화생활을 즐기기에 좋은 시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작년의 인디공연에 이어, 올해의 인디 영화까지.
영화를 즐겨보지 않던 나에게,
요즘은 보고 싶은 영화가 너무 많아 곤란한 시기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질 것만 같은 느낌 ^^
서울에 온지 9년째.
언제까지 이곳에서 지내게 될지 모르니,
이곳에 있는 동안 여기서 누릴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누려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장소의 측면에서, 언어의 측면에서.
작년 이맘때쯤 인디 밴드의 공연을 열심히 보러 다닐 때,
이곳에 있길 참으로 잘 했다는 생각을 했었으니까.
한편으로는 어느 곳에서 살던지,
그곳의 문화생활을 무리없이 즐길 수 있도록
일단 영어실력을 쌓아야겠다는 생각도 한다.
내가 서울에 있었던 시간의 2배 정도의 시간동안 배웠던 영어.
하지만 여전히 잘하지 못하는 영어.
그 애증의 관계를 이제는 정말로 바꿔야만 한다.
인디영화에 빠져있는 지금, 운이 좋게도 주변에 다양한 인디영화관이 있다.
상상마당 시네마-어째 한 번도 안가봤네;;, 아트하우스 모모, 씨네큐브, 인디스페이스가 주로 생각이 나던 곳이었고,
이번에 영화를 본 필름포럼은 나에게 새로운 장소.
또 하나가 더 늘었다는 생각에 절로 미소가 ^ㅡ^
작은 영화관이었기에 더 편안한 느낌.
해야만 하지만 하기 싫은, 어쩌면 해야만 하기에 더 하기 싫었던 일들은 끝낸 후,
나에 대한 보상으로 영화를 꼭 한편은 봐야겠다는 생각이들었다.
평일 저녁이나 주말은 유명한 영화를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요즘 영화를 열심히 보고 다닌 덕에 내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가 바로 '대학살의 신'이었다.
너무 심심하던 어느 날, 앞으로 개봉 예정인 영화를 모아놓은 사이트를 발견하고
올 하반기에 볼 영화를 메모 했었다. 심봤다!를 외치고 싶었던 ㅋㅋ
그 중 하나가 '대학살의 신'이었다.
출연인물 4명, 장소는 하나.
이 연극같은 설정.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갔을지 참으로 궁금해졌다.
처음으로 도전한 코미디라는데, 거장은 거장인 법.
인물 한 명 한 명의 캐릭터가 다 살아있고, 그에 따른 옷차림까지.
옷과 인테리어의 색감. 너무 좋았다.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사는 것이기에,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드러낸다는 것, 그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가면을 쓰고서 적당히 좋게좋게 넘어가는 것이 평화를 위해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자신의 속마음을, 진짜 모습을 보이며 논쟁을 펴는 것,
그것이 더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
어렴풋하게 떠오르는 느낌들이 더 있는데, 딱 떠오르지 않아 전문가 리뷰를 좀 찾아봐야겠다는 생각.
시간이 남아 갔던 세브란스장례식장 건물의 별다방.
여느 지점보다 럭셔리한 느낌에 위화감이 들었던 장소.
삶은 무엇이고, 죽음은 무엇이며, 돈은 무엇인가.
그리고 사랑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