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클레지오 작품 낭독회 @카페 꼼마 2page
가봐야지 하면서 매번 스쳐지나가기만 했던 카페 꼼마 2호점.
오늘에서야 들어가게 되었다.
바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르 클레지오' 작가와의 만남이 예정되어 있었기에.
공간을 어떻게 바꿔 놓았을까 궁금했는데,
한쪽 책장을 벽으로 만들고 그 앞으로 의자를 배치해놓았다.
강연장으로 쓰기도 좋은 카페인 듯.
황금물고기를 최근에 읽었다.
이런 자리에 갈 때 관련 책을 모두 읽고 갈 순 없겠지만,
기회가 닿는다면 미리 읽고자 했기 때문에 얼른 읽기 시작했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게,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
사실 노벨문학상 정도의 상을 탔다면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게 사실이니까 ㅎㅎ
따끈한 레몬차를 시키고 앉아 조금 기다리니 낭독회가 시작되었다.
이런 자리가 있으면 최대한 많은 말을 꾹꾹 눌러 담아오기 위해 노력하는데,
통역을 거치는 터라 역시 우리 말을 하는 작가와의 만남에 비해서 정확한 말들이 많이 기억에 남지 않았다.
대략 이런 의미의 말을 했지~~라는 정도. 그래서 후기를 써도 뭔가 와전될 것 같아 조심스러워지네 ㅎㅎ
르 클레지오 작가님의 생애 자체가 많은 여행, 이동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글을 쓰는 것은 여행을 하는 것과 같다고 하셨다.
소설을 쓴다는 것 자체가 현실에 기반을 두더라도 주인공들만의 세계가 새롭게 펼쳐지는 거니까.
장소적인 것이 아닌 정신적인 여행이 되겠구나.
글을 쓴다는 것은 참으로 매력적이다.
사막에서 태어나고 사막에서 살고, 자유를 찾아 떠났다가도 다시 자신의 근원인 사막으로 돌아가는 황금물고기의 주인공.
실제로도 사막은 현실적이지 않은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곳이라고 한다.
시카고에서 한 쪽 귀가 들리지 않는 재즈 가수를 만난 적이 있는데,
그녀의 할머니가 자루에 담겨져 납치를 당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이 두 가지를 섞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했다.
작가님의 어머니도 피아니스트이고, 글을 쓸 때도 음악을 들으면서 쓰는 경우가 많다고.
특별 게스트로 3살 아래 막내 동생인 황석영 작가님이 함께 하셨는데,
르 클레지오 작가님과의 인연과 토종문학과 외방문학의 의미,
외방문학을 쓰는 작가로서의 르 클레지오 작가가 토종문학에 미치는 영향 같은 것들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하셨다.
해설집을 보는 느낌이랄까 ㅎㅎ
같은 공간에 있었던 것은 2005년 파리에서라고 했다.
그때 르 클레지오 작가님이 파리는 글을 쓰기에 너무 시끄러운 곳이라고 했다고.
파리 사람들의 얼굴이 정말 시끄럽다고.
아무튼 직접적으로 같은 공간에 있었던 건 그때였지만,
르 클레지오 작가님은 태국에서 대체복무를, 황석영 선생님이 베트남에서 참전용사로 있을 때가 같은 시기였다고 한다.
장소는 다르지만, 동시대에, 같은 순간을 겪었다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공감대를 가지게 된다는 것.
정말로 다이나믹한 우리나라의 지난 시간들을,
같은 공간에서 함께 하지 않았더라도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는,
세상을 조금씩 바꿔가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하는 우리 또한,
우리만의 공감대를 형성해 가고 있는 거겠지.
2009년에 기획하고자 했던 평화 열차,
한국에서 유럽까지 여러 작가들과 함께 떠나가는 평화 열차.
좌에서 우에서 많은 반대가 있었다고 하는데..
100일도 남지 않은 우리의 권리를 행사하는 날이 오면,
그 날 우리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 평화열차가 출발하는 날도 머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
내년에 휴가를 아껴둬야 하나 ㅎㅎ
처음 책에 사인을 받을 때만해도 엄청 낯설었는데,
이제 사인을 받는 다는 것 자체에는 많이 익숙해졌다 ㅋㅋ
하지만 여전히 수줍은 건 사실!
한글로 이름을 적어주시길래 한글 이름으로 사인을 받았다.
프랑스어를 많이 놓고 있었는데, 나는 프랑스어를 참으로 좋아한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고 ㅋㅋ
공부를 완전히 놓지는 말아야지.
특별한 일 없이 흘러하는 하루하루.
뭔가 재미있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그냥 기다리지만 말고,
세상에 많은 즐거운 순간들을 찾아 부지런히 움직이며
반짝이는 추억을 쌓아가야지.
아마도 여행을 하는 이유 중에 자기 자신의 무능을 정확히 가늠하려는 것보다 더 큰 이유도 없을 것이다.
라가 섬, 보이지 않는 대륙의 그 작은 조각, 나는 거의 실수로 그곳에 다가갔다.
그 섬이 나에게 무엇을 선사할지 전혀 모르는 채로.
꿈이나 욕망을 선사할지, 환상이나 새로운 희망을 줄지, 아니면 그저 기항지일 뿐인지......
흘끗 보였다가 스치듯 지나간 라가는 이미 멀어지고 있다.
- '라가-보이지 않는 대륙에 가까이 다가가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