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준비] 터키 관련 책 읽기

한 나라 혹은 한 도시씩 여행을 하게 되면서, 가기 전에 그 나라의 역사에 관한 책이나

그 나라를 배경으로 한 영화, 혹은 소설, 여행에세이 등을 통해서 대략적인 느낌을 가지고 가려 한다.

지난 크로아티아를 갈 때는 발칸 반도에 관한 전반적인 책을 보고 갔는데 알 듯 말 듯 어려운 느낌 ㅎㅎ

터키 여행에 관한 여행 에세이는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 같았지만, 대신 역사에 관한 책은 좀 있는 편. 

그리고 오르한 파묵의 소설 또한 읽고 가야만 할 것 같았다.


오랜만에 도서관에 가서 미리 검색해뒀던 책과, 근처에 있던 책을 찾아 골라 내서 4권을 빌려 왔다.

읽는 대로 이 포스트에 계속 추가할 예정.





1. 메즈 예게른 (아르메니아인 대학살 1915-1916), 파울로 코시 지음, 미메시스 펴냄




터키의 어두운 면에 대한 책.

터키가 옆 나라인 아르메니아인들을 대학살 한 일이 세계 1차 대전 무렵에 있었는데,

알면서도 모르는 척,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우연히 이 사실을 알게된 이탈리아인 저자가 더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게 만화로 그린 책.

얇기도 하고 만화로 되어 있어서 도서관에서 금방 읽을 수 있었다.


처음엔 알바니아와 아르메니아가 헷갈려서 이런 관계였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지도를 보니 터키의 동쪽에 위치한 나라가 아르메니아.

세계 1차 대전 당시, 터키는 오스트리아와 독일과 동맹을 맺어 세르비아, 러시아, 프랑스와 전쟁을 치르던 중,

아르메니아인들이 러시아와 협력하여 터키를 공격하려고 하자, 동부 지역에서 반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어 이를 미리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아르메니아 인들을 추방하게 되었다('처음 읽는 터키사' 참조)고 터키 정부는 말을 하지만, 

그 과정에서 약 150만명의 아르메니아인들이 학살되었고, 그 방법 또한 아주 끔찍했다고 한다.


세계사에 대해 알면 알수록 정말 무서운 것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종교적 갈등과 인종 갈등 또한 정말 무서운 것이고.

발칸 반도에서도 끊이 없이 인종간, 종교간의 분쟁이 일어났듯이 터키와 주변 국가 또한 그러한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같은 사람끼리 어떻게 저렇게 끔찍한 방법을 사용할 수 있는지..


우리나라도 여전히 남북으로 분단이 되어있고, 특히 최근 들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하지만,

일단 한 민족이고, 종교문제가 크게 대두되지는 않아서 그런지, 국가 내에서의 이런 문제가 없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

일제시대 때 일본이 저질렀던 만행이 떠올라 같이 분노하게 되기도 하고.



만화 사이사이에 인상적인 구절이 있어 적어왔다.



잠시 감정의 소용돌이에 사로잡혀 나는 생각했다.

하느님, 당신은 어디에 계십니까? 그렇게 다시 잠들었다가 깨었을 때 집은 다시 텅 비었다.

내 질문에 대한 대답처럼. 그 끝없는 적막감만이 감돌았다.

- 아즈민 T 베그너



학교에서 학생에게 특정 비극적 사건이 벌어진 연대를 질문했을 때, 

학생이 다른 역사적 사건들과 혼동하여 3세기 이상이나 틀리게 대답했다면, 

이제 그러한 비극들이 아무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악행이 자행되었든 아니든 이제는 아무 상관이 없다. 

- 페르디난도 카몬

민주주의
아무 발전도 없습니다. 계속 춤을 추세오. 
- 페데리코 타반




2. 처음 읽는 터키사 (동서양 문명의 교차로, 터키), 전국역사교사모임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현재 터키의 땅을 중심으로 그 지역의 역사를 알려주는 책.

역사교사모임에서 만들었기에, 교과서 읽듯이 쉽게 읽힌다.

중간중간 지도로 그 지역의 변화를 알려줘서 좋았다.






3. 이스탄불 : 세계사의 축소판, 인류 문명의 박물관, 이희철 저, 리수 펴냄




2번의 책이 터키 전반에 관한 책이라면, 이 책은 이스탄불에 대한 이야기를 장소별로 해주는 책.

하지만 막상 내용은 비슷하다. 시간이 없다면 둘 중 하나만 읽어도 될 듯.

어찌됐든 이 책은 이스탄불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있지만, 터키의 역사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 이스탄불인 것 같다 ㅎㅎ

2번 책보다 이스탄불의 여러 건축물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고 있지만, 

지도에 그 건물들의 위치를 표시해주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책이 가이드북은 아니지만.





4. 이스탄불 : 도시 그리고 추억, 오르한 파묵, 민음사 펴냄





유명한 터키 작가인 오르한 파묵의 자서전.

실제로 오르한 파묵은 이스탄불을 떠나서 산 적이 없다고 한다.

그만큼 이스탄불에 대해 어렸을 때 추억부터 꺼내어 이야기 한다.

이방인의 입장에서 소개하는 책이 아니라 그곳에서 살아온 현지인의 이야기.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다 반납할 때가 되어 다 읽지 못하고 일단 반납 ㅎㅎ

자전 에세이지만, 술술 읽혀지는 책은 아닌데다 두꺼운 편이기에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읽으면 좋을 듯.



하지만 작가이니만큼 좋은 문장이 많았다.





5. 이스탄불로부터의 선물, 이나미, 안그라픽스




화려한 책표지에 눈길이 가서 빌려온 책.

디자인 쪽 일을 하는 저자와 20살 딸이 함께 한 이스탄불 여행기.

표지 사진인 키벨레 호텔이 궁금해서 검색해봤는데, 예산 초과 호텔이라 다음 기회에 ㅋㅋ

초반에 재미있게 읽다가 뒤는 슬렁슬렁 읽었다.

2번 책을 읽고 전반적인 얘기를 알고 나니, 다른 책을 읽어도 반복이 되는 것 같아 열심히 안읽게 된다는 문제점이...

이제 역사나 에세이는 그만 읽고 오르한 파묵 소설을 읽어야 겠다.

여행 에세이에 나름 정보도 들어있어서 역사책이 싫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도 좋은 듯.

하지만 여행에세이라는 게 늘 그렇듯 사적인 이야기가 많아, 다양한 정보를 원한다면 적합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