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에 대하여, 린 램지



We need to talk about Kevin


예전에 심상치 않은 포스터를 보고, 보러가야지 하고서 이제서야 봤다.

그것도 시사인에서 소개가 되어서, 아 이거 보려고 했는데!라는 생각이 들어서 

끝나기 전에 봐야겠다 싶어서 부랴부랴 씨네큐브로~


최근 인디영화관을 몇 곳 다녀봤는데,

씨네큐브가 제일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위치가 좋아서 그런가?

'미드나잇 인 파리'는 3회 연속 매진 상태.

'케빈에 대하여'도 한시간 정도 전에 갔는데, 자리가 거의 다 차있었다.



-쓰다보니 스포 ㅋㅋ-





스페인으로 추정되는 토마토 축제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이후 계속 이어지는 붉은 이미지.

주체할 수 없는 케빈의 힘, 욕망을 나타내는 것일까.


영화를 보는 내내, 도대체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닭이냐 달걀이냐 처럼, 엄마냐 아들이냐, 라는 물음이.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하게 됐지만, 출산 후에는 잘 해보려고 노력하는 에바와,

뱃 속에서부터 자신을 원치않는다는 것을 느낀 것인지 끊임없이 엄마를 괴롭히는 케빈.


두 주인공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케빈 아역의 연기 또한 정말 훌륭!

아역과 청년 케빈이 꽤나 닮아 있어서 놀라웠다. 눈빛 때문인 걸까.


엄마를 미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엄마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망을 가진 케빈과,

케빈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에게 익숙해지고, 아들이 벌여놓은 일에 대한 대가를 묵묵히 치르는 에바.

왜 그들은 절충안을 찾지 못했던 걸까.

거기엔 아빠의 역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것도 있겠지.

그렇게 괴로워하는 에바를 보면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그렇게 넘겨버린데다,

극으로 치닫는 사건을 벌이게 하는 무기까지 사다줬으니.


아들을 걱정하며 부랴부랴 사고가 난 학교로 달려가서 노란 자전거 보호도구를 봤을 때 에바의 마음은 얼마나 절망적이었을까.

보는 나도 같이 마음이 철렁.


왜 그랬냐는 물음에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모르겠다"고 대답하는 아들을 그저 안아주는 에바.

마지막에 나오는 노래처럼 그저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에바는 이미 알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소설을 영화화한 거라고 하는데, 기회가 되면 소설도 읽어봐야겠다.


한 생명체를 낳고 기른다는 건,  이토록 어려우면서도 많은 책임감이 필요한 일이다.

요즘 아이들이 자라는 환경이 참 좋지 않은데, 사회 구조적인 문제도 있지만,

아이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부모들의 잘못도 크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가지게 되면 부모학교 같은 걸 꼭 다녀야하는 게 아닐까.


아무튼 영화를 보고 나의 생각은 더욱 확고해진다.

책임지지 못할 일은 벌이지 말자.





+ 표를 끊고 시간이 남아 뭘할까, 하고 있었는데 마침 3층에서 전시가 열리고 있어서 가봤다.

팝아트 작품이라 부담없이 보기 좋은 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