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규의 <톰 소여의 모험>, 한국 작가가 읽어주는 세계문학

20년이 흐른 후

당신은 이룬 일들보다 하지못한 일들로 인해 더 깊이 좌절하리라.

 

그러니 밧줄을 던져라.

안전한 항구로부터 배를 출항시켜라.

돛에 무역풍을 달아라.

 

탐험하라. 꿈꾸라. 발견하라.

 

- 마크 트웨인

 

 

 

그러니까.. 2008년을 기점으로, 그 전후에 자주 인용하던 마크 트웨인의 말이다.

20년 후에 좌절하지 않기 위해, 많은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2번째 배낭-사실은 트렁크 ㅋㅋ- 여행을 떠났다.

과감하게 모아둔 돈을 털어 여행을 떠났을지언정,

밧줄을 던지고, 배를 출항시키고, 돛에 무역풍을 달지는 못했기 때문일까.

 

어느새 나는 안전한 삶을 살고 있다.

 

 

 

 

인간은 모험하는 존재이다. 아니, 모험을 위해 태어난 존재이며 실은 모험을 하지 않고서는 견디지 못하는 존재이다. 답답해, 우울해, 무의미해…… 열심히 이런저런 업체(병원이니 뭐니)들의 경영에 도움을 주며(자넨 진짜 복 많이 받을 걸세)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는 실은 우리의 삶에서, 이 잘난 ‘현대인’이란 명찰을 단 유인원의 삶에서 모험이 거세된 지 오래기 때문이다. 불만은 없다. 안전한 게 어디야. 불만은 없는데도 불안은 여전하다. 안전이…… 다는 아닌가봐, 우리 속에 앉아 등을 기댄 원숭이처럼 우리는 고개를 끄덕인다. 씨발, 그래도 나 대졸인데……

 

 

 

 

 

모험이 없는 삶의 지속이란,

감성은 바짝바짝 말라가고 정신은 형체없이 흐트러지고,

풍족하지 않아도 되는 물질의 풍족함을 느끼며

정작 필요한 부분에서는 결핍을 느끼는 것이다.

 

처음에는 안전한 삶을 조금만, 아주 조금만 살다 곧 모험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안전한 삶을 산다는 것은 시간을 포기한다는 것과 같은 말일 수도 있다는 것을 느낀다.

 

 

 

올 여름은 왜 이렇게 긴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하다 나는 비로소, 시간은 원래 넘쳐 흐르는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말이지 그 무렵의 시간은 말 그대로 철철 흘러 넘치는 것이어서, 나는 언제나 새 치약의 퉁퉁한 몸통을 힘주어 누르는 기분으로 나의 시간을 향유했다. 신은 사실 인간이 감당키 어려울 만큼이나 긴 시간을 누구에게나 주고 있었다. 즉 누구에게라도, 새로 사온 치약만큼이나 완벽하고 풍부한 시간이 주어져 있었던 것이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시간에 쫓긴다는 것은 - 돈을 대가로 누군가에게 자신의 시간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니 지난 5년간 내가 팔았던 것은 나의 능력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시간, 나의 삶이었던 것이다.

 

- 박민규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중

 

 

 

 

내가 애써 피하고 있는 것 몇 가지가 있다.

 

하나는 파리에 다시 가는 것. 꾸준히 여행을 가고 있고, 정말정말 가고 싶은 파리이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애써 미루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마크 트웨인과 마주하는 것.

제일 위에 옮겨놓은 그의 말을 너무나도 자주 인용하며 되새겼던 때가 있었기 때문일까.

그러고서 모험이 아닌 안전한 삶을 택했기 때문일까.

언제 저 말을 인용했나 싶을 정도로 그를 잊고 살았다.

 

우연히 친구가 보내준 링크(우린 소울메이트인건가 ㅋㅋㅋㅋ)를 통해

다시 마주하게 된 마크 트웨인과 박민규 작가의 해설.

당장 떠나지는 못하지만,

모험을 하기 위해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는 요즘에 정말 필요한 만남이었다.

 

 

탐험하라, 꿈꾸라, 발견하라.

이 말을 다시금 인용하며 인간 본연의 모습을 찾아 모험을 떠날 것을 다짐해본다.

 

 

박민규 작가의 새 연재가 시작된다고 한다.

또 어떤 박민규스러움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